구글은 로봇으로 또 한 번 세계 정복을 꿈꾸는가

얼마 전 포스팅 “사랑받지 않지만 중요한. 구글의 네스트 인수에 대하여” 를 쓰다보니 구글의 역대급 인수 1, 2위가 모두 하드웨어 회사라는 게 흥미로웠다. 구글은 삼성이나 애플처럼 하드웨어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는 아니니깐 말이다.

그래서 구글의 하드웨어 관련 인수 동향에 대해서 좀 더 자료를 뒤져보니…

1. SCHAFT (2013년 인수)
– 동경대 학생들이 창업한 회사로 휴머노이드 개발 업체
– DRC(DARPA Robotics Challenge)의 모든 미션을 완수한 유일한 로봇
– DRC의 미션은 차량에 스스로 승차하고 운전해 현장에 도착하는 미션, 차에서 내려 장애물 통과, 건물 입구의 장애물 제거, 건물 문을 열고 진입, 사다리 타고 올라가기, 해머로 콘크리트 벽 부수, 밸브 잠그기, 부품 교체하기 (이게..가능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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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AKANI POWER (2013년 인수)
– 기존 풍력 발전기는 두껍고 긴 기둥 위에 날개를 다는 형식이었는데, MAKANI POWER는 기둥을 없애고 “연” 같은 발전기를 공중에 띄워 전기를 생산
– 한 개당 60킬로와트 생산 가능한 프로토 타입 제작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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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Boston Dynamics(2013년 인수)
– 사람이나 동물처럼 2족 또는 4족으로 균형을 유지하며 걷고 뛰는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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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Industrial Perception(2013년 인수)
– 3D 센서를 이용하여 정해진 색, 모양의 물체를 확인하고 옮기거나 고르는 기능을 수행하는 로봇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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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Redwood Robotics(2013년 인수)
– 사람들이 몇 번의 조작만으로 쉽게 조종할 수 있는 로봇 팔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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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Bot&Dolly(2013년 인수)
– 6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로봇 끝에 카메라가 달려있어 역동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로봇 개발
– 영화 “그래비티”에서 광활한 우주를 둥둥 떠다니는 장면도 이 로봇을 이용하여 촬영, 광고/영화/프로모션 영상 등에서 광범위하게 활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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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Holomni(2013년 인수)
– 정확히 무엇을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뭔가 혁신적인 바퀴를 개발했다고 함.

8. MEKA(2013년 인수)
– 인간과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meka

하드웨어 인수사를 찾다보니 신기하게도 로봇회사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도대체 구글은 뭐 하려고 하는거지?

이렇게 많은 로봇 회사들을 인수해서 뭐 하려는거지?

정말 단순하게 인수한 로봇회사들로 가능한 기능들을 종합해보면…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게 곧 현실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처럼 뛰어다니고 직접 운전하기도 하고 물건도 옮기고 앞에 장애물이 있는지 카메라로 확인하면서 피해 다니고 움직이면서 카메라로 촬영도 하는 로봇이구나. 아! 충전은 풍력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아지트가 있어 로봇이 방전되기 전에 스스로 가서 충전할 수도 있겠네.

구글이 작년 한 해 이렇게 많은 하드웨어 회사를 인수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일까?

구글도 사람사는 회사다 보니 누군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지 않으면 이렇게 한 방향으로 회사의 방향을 끌고 가기 어려울 것이다. (조직 생활을 해 본 사람들은 Bottom-Up으로 전략을 유지해 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알고 보니 네스트 인수를 제외하고 로봇 회사 인수를 이끄는 사람은 Andy Ru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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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안드로이드를 창시한 사람으로 알고 있는 그 사람이다. 얼마 전 안드로이드 사업 부문을 떠나 구글의 로봇 사업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구글에게 엄청난 파워를 가져다 준 안드로이드를 창시한 사람, 다시 말하면 구글 내에서 입김이 강한 사람이 로봇 사업을 이끌고 있다는 것은 구글의 최근 행보를 설명해준다.

그럼 앞으로 구글은 뭘 하려고 하는걸까?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것 같은 로봇을 수없이 만들어서 지구 정복이라도 하려는걸까?

내가 생각하는 구글의 사업 방향은 절대 그런 것이 아니다.

로봇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친근하게 바꾸는 것.

구글이 인수한 회사들을 보면 대부분 사람과 닮은 로봇인 휴머노이드과 관련이 깊다.

그리고 구글이 인수한 Bot&Dolly를 보면 굉장히 첨단 기술이지만, 실제 사용처는 그래비티와 같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화, 감각적인 아트 영상 제작 등과 같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에서 쓰인다. 로봇이라고 하면 괜히 멀게 느껴지곤 한다. 하지만 “영화 그래비티를 로봇으로 쩍었대” 하면 이러한 거리감이 금새 가까워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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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SCHAFT나 Boston Dynamics는 소위 말하는 3D 작업 현장에서 유용하게 쓰이며,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도 있다. Redwood는 사람들이 쉽게 로봇을 조종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기도 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보면, 구글의 최근 로봇 인수는 아직 산업에서만 쓰이고 있어 “낯선” 로봇들을 사람들이 친밀도하게 여기는 영역(영화 제작, 인터넷 쇼핑_물류, 3D 업종)에서 우선 활용함으로써 그 문턱을 낮추는 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로봇 연구를 하는 친구에 따르면 국내 로봇 산업은 거의 죽었다고 한다.

그나마 국내에서 로봇을 쓰는 곳은 병원과 군대. (아니면 로봇 청소기?)

그 이유는 뚜렷한 활용처를 찾지 못했기 때문.

수년전에만 해도 다양한 서비스 로봇이 나오면서 로봇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 활용 가치가 모호해지면서 산업 자체가 사그라든 것이다.

구글은 사람들이 친근하게 느끼는 로봇 중심으로 불씨를 되살리려 하는 것.

구글은 검색 엔진으로 세계를 정복했고, 안드로이드로 또 한 번 (거의) 세계를 정복했다.

이 외에도 수 많은 프로젝트들이 구글 안에서 돌아가고 있겠지만, 로봇이 그 중에서도 중요한 프로젝트 임에는 틀림이 없다. (2013년 21건의 M&A 중 8건이 로봇 관련 M&A)

과연 로봇으로 구글이 또 한 번 세계를 정복할 수 있을지…

Thanks to T-Robo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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