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 핏(Gear Fit)은 제 2의 갤럭시가 될 것인가

기어 핏의  화려한 등장

얼마 전 스페인에서 열린 MWC 2014.
전세계의 IT 회사들이 자사의 상품을 선보이는 자리에서 유독 관심을 받은 상품이 있었다.

삼성의 기어 핏(Gear Fit).
작년에 출시한 갤럭시 기어에 이어 삼성에서 출시한 “웨어러블 기기”이다. 작년 갤럭시 기어가 출시되었을 때는 국내외 언론에서 혹평을 받았던 반면, 이번엔 언론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반응도 그 때와는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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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 핏은 어떤 제품인가

1. 밴드형

갤럭시 기어가 “시계형”이라고 한다면, 기어 핏은 “밴드형” 이다.
웨어러블 기기 시계형과 밴드형 차이점은 외형에서 “시계 느낌이 나는지 아닌지”로 구분할 수 있다.

외형상 특징을 나열하면…

시계형은 정사각형 디스플레이, 전통 시계 방식의 체결(디버클), 디스플레이와 밴드 부분의 너비 차이를 들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페블, 갤럭시 기어, 메타워치, 소니 스마트 워치가 있다.
시계형 웨어러블 기기는 어떤 한 기능에 중점을 두었다기 보다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제품이다.
활동량을 측정해주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과 연동해서 통화도 할 수 있고, 각종 SNS의 알림도 받을 수 있다. 심지어는 카메라로 사진도 찍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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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형은 다양한 모양의 디스플레이, 전통 시계 체결 이외의 방식, 디스플레이와 밴드 부분의 일체형 느낌 등이 있다.
그 예로는 나이키 퓨얼밴드, 조본 업, 핏빗 플렉스/포스가 있다.
밴드형 웨어러블 기기는 시계형과는 달리 중점을 두는 기능이 있다.
가령, 활동량 측정은 요즘 대세가 되는 중점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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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 핏은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밴드형 제품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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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형의 장점은 제품의 이미지가 시계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에 가깝다는 점이다.
시계를 늘 차고 다니는 사람을 예롤 들었을 때 평소에 차고 다니던 시계를 버리고 시계형태의 IT제품을 손에 차고 다닌다는 것은
꽤나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남성들에게 시계가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하나의 장신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다고 한 손엔 기존 시계를 차고, 다른 손에 갤럭시 기어를 차는 건 우스꽝스러울 수가 있다.

밴드형은 이러한 점에서 시계형보다 유리하다.
한 손에 기존 시계를 차더라도 다른 손에 밴드형을 차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수 있다.
대체재라기 보다는 보완재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기대하는 애플의 아이워치 컨셉 이미지를 보면 대부분 밴드형에 가깝다.
즉, 사람들이나 디자이너들은 웨어러블 기기가 시계형보다 밴드형이 더 매력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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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웰니스 + 알림 + SDK

기존 밴드형 웨어러블 기기는 활동량 측정 기능을 제공하는 데에 그쳤었다.
하지만 기어 핏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몇 가지를 추가했다.
(갤럭시 기어 입장에서 보면 몇 가지를 뺀…)

바로 알림과 SDK공개이다.
이 기능이 더해짐으로써 기어 핏은 사람들의 지속적 사용 유도를 노릴 수 있다.

활동량 측정 기능은 사용자가 초기엔 호기심으로 사용해 볼 수 있지만,
단순히 진화된 만보기라는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사용을 유도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사람들이 꾸준히 쓸만큼의 기능은 아니다.

하지만 알림 기능이 더해지면 이를 꾸준히 사용할 수 있는 작은 동기가 생긴다.
스마트폰은 매일 들고다니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알림을 받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SDK를 공개하면 사람들의 손목 스냅을 이용한 다양한 App.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가령, 단순히 활동량을 측정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활동량을 이용해 게임을 할 수도 있거나 누군가와 커뮤니케이션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것이 확산되면 사람들의 사용을 유도하는 데 보다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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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커브드 디스플레이와 심박수 측정 센서

기어 핏의 외관상 가장 돋보이는 점은 두 가지.
바로 커브드 디스플레이와 심박수 측정 센서이다.

작년 갤럭시 라운드가 나왔을 때, 어쩌면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다.
스마트폰은 굳이 휘어질 필요가 없지만, 손목에 차는 기기는 사용성 측면에서도 휘어지는 것이 더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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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심박수 센서.
아직 심박수를 측정한다는 것이 우리 나라 일반 사람들에게는 “낯선” 행동일 수 있다.
심박수는 헬스장에서 운동할 때 재미로 재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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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심박수를 측정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특별한 기능들이 있다.

우선 수면 측정.
현재 나와 있는 많은 웨어러블 기기들이 수면 트래킹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수면 트래킹을 하려면 수동으로 모드를 바꿔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심박수 센서를 이용하면 이를 쉽게 자동으로 바꿀 수 있다.
사람들이 수면에 들어서게 되면 심박수가 평소 대비 70~80% 수준으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다 정밀한 트래킹도 가능하다.

그리고 감정 표현.
심박수는 사람들의 감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령, 흥분하거나 설레는 순간엔 나도 모르게 심박수가 올라간다.
즉, 심박수를 이용해 사람들의 감정을 추정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내 감정을 타인과 공유하거나 내 감정을 기록해 놓고 두고두고 볼 수도 있다.
(내가 작년 2월에는 화가 많이 났었구나, 내가 지난 달에 고백할 때 많이 떨렸었구나..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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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 핏은 그 디자인과 기능 등 여러 면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기어 핏은 삼성의 새로운 갤럭시가 될 것인가

어느 정도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수는 있지만, 새로운 갤럭시가 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호환성]
기어 핏도 갤럭시 기어와 마찬가지로 삼성 단말기와만 호환이 가능하다.
즉, 기어 핏을 쓸 수 있는 고객은 한정되어 있다.

[가격]
갤럭시의 가격은 1백만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기어 핏의 가격은 비싸야 25만원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무리 많이 팔아도 갤럭시의 25% 수준에 머물 수 밖에 없다.
마진을 생각해도 기어 핏은 심박수 센서, 커브드 디스플레이와 같은 수율이 안 좋은 부품들을 쓰기 때문에 유리하지 않다.

[불완전 기능]
기어의 기능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되는 기능들이다.
즉, 얼리어답터가 아닌 이상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살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삼성은 왜 기어 핏을 내놓았을까

(기어 핏은 갤럭시를 팔기 위한 촉매)
단기적으로 기어 핏은 삼성의 갤럭시 폰을 팔기 위한 후광 효과 전략의 산출물이다.
즉, 기어 핏을 수익 창출의 수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갤럭시 폰의 판매 촉진을 위한 촉매로 기어 핏을 이용한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앱스토어가 스마트폰의 구매를 유인하는 후광 효과 전략의 산출물이었다면
스마트폰의 앱에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혁신이 없는 지금, 주변 기기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웨어러블 시장에 대한 선도적 이미지 구축)
그리고 기어 핏은 삼성이 웨어러블 기기를 선도하고 있다는 결정적인 이미지를 전세계에 심어줬다.
비록 작년에 갤럭시 기어가 온갖 혹평을 들었어도, 삼성이 이러한 제품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전세계에 보도가 되었다.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랄까?
웨어러블 시장이 없을수도 있지만, 삼성이 수조의 돈을 들여가며 마케팅을 한다면 없던 시장도 생길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장에서 삼성은 기어 핏으로 선도적 이미지를 굳힐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부품, 기구 설계에 대한 도전)
웨어러블 기기는 스마트폰에 비해 기구 설계가 어려울 수 밖에 없고 제한적이다.
웨어러블 기기는 통신도 블루투스로 하고, 배터리 용량도 작아 그 사용일수가 제한적이다.
또, 화면도 작을 수 밖에 없고 소재 선택도 까다롭다.
하지만 멀리 보면 웨어러블 기기에도 LTE 모듈이 들어가고 휘어지는데 현재보다 훨씬 용량이 큰 배터리가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작은 화면 안에서도 편하게 문자를 입력할 수 있는 방식도 고안될 것이다.
부품도 다양하게 써보고, 소재도 바꿔가면서 삼성은 이러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Fast Follower로 빠르게 상품을 기획하고 출시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실험을 무시무시하게 빠르게 하고 있다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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