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보관물: 2014 1월

애플의 아이워치는 출시될 수 있을 것인가 (1/2)

웨어러블 기기.
얼마 전까지만 생소했던 이 단어가 요즘 세상을 휩쓸고 있다.

얼마 전 끝난 CES를 시작으로 각종 언론을 장식하며,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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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기기라는 것에 대해 화두를 던진 것은 구글 글래스였지만, 지금 사람들이 가장 기대하는 웨어러블 기기는 애플의 아이워치라는 데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이미 인터넷에는 애플의 아이워치 컨셉이라는 이미지가 꽤 많이 돌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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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애플이 웨어러블 기기에서도 그 역할을 해주기를 사람들은 바라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와 바람과는 다르게 애플은 조용하다.
애플의 보안 정책이야 워낙 유명하고, 애플 행사인  WWDC 이외에서는 그 어떤 신제품도 선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하면 당연한 것이지만…

다만, 애플이 웨어러블 기기와 관련이 있어 보이는 특허를 출원하거나
나이키의 퓨얼밴드를 만든 사람과 같은 전문가를 영입하는 뉴스를 보고

“아! 애플이 “아이워치”를 출시하는구나!”

라고 사람들은 생각을 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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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과연 애플은 아이워치를 출시할 것인가.

누군가가 나에게 아이워치가 3년 내에 나올 것 같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단연코 “아니요.”라고 말할 것이다.

애플을 사랑하는 많은 팬들과 스마트 워치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뺨 맞을 소리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꽤나 단순한 것에서 시작한다.

손목, 누구 손에 맞출 것인가

아이워치라는 것은 단어 그대로 워치다. 즉, 손목에 착용하는 기기란 뜻이다.
그렇다면 손목은 우리 몸에서 어떤 곳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이즈 코리아에 따르면 남자의 평균 손목 둘레는 174.763mm.
최소 157mm에서 최대 254mm로 편차가 약 100mm(10cm)에 이른다.
여자의 경우 평균 손목 둘레는 151mm이고 최소 137mm, 최대 185mm로 약 50mm(5cm)의 편차가 있다.
즉, 손목이 얇은 여자와 두꺼운 남자를 생각하면 그 차이가 거의 12cm에 달한다.

주머니나 가방에 넣고 다녀 사이즈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스마트폰과 달리 웨어러블 기기는 자신의 몸에 기기를 맞춰야 한다.
특히, 손목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너무 헐렁해서 툭하면 빠지게 만들어서도 안 되고, 너무 작아서 혈액순환이 안 되 불편하면 안 된다.

다시 말하면 12cm의 편차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이미지 모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떠한 해결책도 보이지 않는다.
이미지들은 모두 단순히 원형 팔찌 형태만 보일 뿐.

기존에 나와 있는 손목 착용 제품들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했는지 보자.

[SML로 사이즈 조절]
조본 업의 경우 스몰, 미디엄, 라지로 조절한다.
하지만 3가지 정도로 모든 사람들의 손목 크기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실제로 조본 업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따르면 어떤 사람들에게는 너무 작거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너무 헐렁하다는 평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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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형으로 사이즈 조절]
나이키 퓨얼밴드의 경우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는 작은 모듈을 넣었다 뺐다 하는 구조이다.
(시계를 처음 사면 시계방에서 작은 체인을 빼주거나 더 끼워주는 것처럼.)
이런 모듈로 사이즈를 조절하면 좀 더 다양한 사이즈를 지원할 수 있지만, 초기에 셋팅하기가 번거럽고 모듈 사이로 먼지가 껴 미관상 좋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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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으로 사이즈 조절]
삼성의 갤럭시 기어는 시계와 같이 하단부에 있는 구멍을 뚫어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다.
핏빗 제품(포스, 플렉스)도 구멍을 뚫어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다.
최근에 출시된 미스핏의 샤인, 페블 워치도 핏빗과 유사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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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손목 사이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방식을 채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어떠한 방식을 쓰느냐에 따라 소재도 크게 달라진다.

인체에 무해한 실리콘을 쓴다면 실리콘 안쪽으로 이중사출을 하지 않는 이상 구멍을 뚫어 사이즈를 조절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다만, 이 방식을 채택하면 과거에 아이팟 나노를 단순 “밴드”에 끼워 아이팟 나노 워치를 만든 것과 차이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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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과 같이 플렉서블한 것이 아니라 폴리카보네이트를 안에 내장하고 겉을 실리콘으로 감싸는 이중사출을 한다면,
SML이나 모듈로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SML로 제품을 만들면 애플의 “단순함”이라는 원칙에 위배되고, 제품의 공정 단가도 크게 상승해서 수익성이 나빠진다.
모듈로 사이즈를 조절하면 미관상 나빠질 수 있고(먼지가 끼는 것 뿐만 아니라 손목이 두꺼운 사람은 두꺼운 모듈을 껴 그 원형이 변형될 수 있다.), 사용자가 사용하기에도 불편하다.

손목 사이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이 이미 출시되어 있지만,

사람들의 후기나 개인적 사용기를 종합해보면 아직까지 가장 편리한 것은 전통 시계 방식과 유사한 구멍으로 조절하는 법이다.

만약 새로운 방식을 애플이 “발명”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수백년의 역사를 가진 시계의 디자인이 왜 그 동안 그렇게 “많이” 바뀌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어서 왜 애플이 아이워치를 출시하기 어려운지는 2부에서.

설악산 카페, 설향

비가 오던 지난 주말 설악산에 다녀왔다.
오후 늦게 도착한지라, 등산을 할 수는 없어 1시간 정도 산책만 하고 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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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에서 입장권을 끊고 조금 올라가다 보니, “커피 볶는 집”이라는 이정표가 보였다.
설악산에 카페? 뭔가 호기심이 생겼다.
어차피 등산할 것도 아닌지라 잠시 쉬어갈 겸 들어가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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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의 관광 명소에 있는 그저 그런 카페일 것이라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입구를 들어서자 마자, 풍기는 진한 커피 향.

그리고 카페 내부 곳곳에 있는 커피 용품들.
서울에 있는 웬만한 카페 못지 않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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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 커피가 유명하다길래, 에디오피아산 커피를 주문하고 천천히 실내 구경을 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대형 오디오. 카페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는 음악은 한 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이 곳에서 나오고 있었다.

타고난 막귀라 음질이 좋은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생김새가 요즘 기기들과는 다르게 고풍스러운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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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옆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등산용품.
장식용인지 사장님이 직접 이런 장비를 들고 등산을 하시는 분인지 궁금했다.

구경하는 사이에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드립 커피를 잔에 담아서 줄 줄 알았는데, 드립한 커피와 뜨거운 물을 각각 다른 용기에 담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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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를 물어보니 커피가 진하니 취향에 따라 농도를 조절해서 드시라는 것.
커피 맛을 보니 무척 좋았다.

밖에서는 비가 오고… 창문 넘어로 설악산의 설경이 보이는 분위기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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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이름을 물어보니 “설향” 이라고 한다.

설향.

눈에 담긴 향기.

설악산에 자리한 카페와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봄이나 가을에 오면 밖에 있는 테라스에서 설악산의 절경을 보면서 커피를 마실 수도 있겠다 싶었다.

다시 한 번 방문하고 싶은 곳.

구글은 로봇으로 또 한 번 세계 정복을 꿈꾸는가

얼마 전 포스팅 “사랑받지 않지만 중요한. 구글의 네스트 인수에 대하여” 를 쓰다보니 구글의 역대급 인수 1, 2위가 모두 하드웨어 회사라는 게 흥미로웠다. 구글은 삼성이나 애플처럼 하드웨어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는 아니니깐 말이다.

그래서 구글의 하드웨어 관련 인수 동향에 대해서 좀 더 자료를 뒤져보니…

1. SCHAFT (2013년 인수)
– 동경대 학생들이 창업한 회사로 휴머노이드 개발 업체
– DRC(DARPA Robotics Challenge)의 모든 미션을 완수한 유일한 로봇
– DRC의 미션은 차량에 스스로 승차하고 운전해 현장에 도착하는 미션, 차에서 내려 장애물 통과, 건물 입구의 장애물 제거, 건물 문을 열고 진입, 사다리 타고 올라가기, 해머로 콘크리트 벽 부수, 밸브 잠그기, 부품 교체하기 (이게..가능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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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AKANI POWER (2013년 인수)
– 기존 풍력 발전기는 두껍고 긴 기둥 위에 날개를 다는 형식이었는데, MAKANI POWER는 기둥을 없애고 “연” 같은 발전기를 공중에 띄워 전기를 생산
– 한 개당 60킬로와트 생산 가능한 프로토 타입 제작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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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Boston Dynamics(2013년 인수)
– 사람이나 동물처럼 2족 또는 4족으로 균형을 유지하며 걷고 뛰는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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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Industrial Perception(2013년 인수)
– 3D 센서를 이용하여 정해진 색, 모양의 물체를 확인하고 옮기거나 고르는 기능을 수행하는 로봇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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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Redwood Robotics(2013년 인수)
– 사람들이 몇 번의 조작만으로 쉽게 조종할 수 있는 로봇 팔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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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Bot&Dolly(2013년 인수)
– 6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로봇 끝에 카메라가 달려있어 역동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로봇 개발
– 영화 “그래비티”에서 광활한 우주를 둥둥 떠다니는 장면도 이 로봇을 이용하여 촬영, 광고/영화/프로모션 영상 등에서 광범위하게 활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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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Holomni(2013년 인수)
– 정확히 무엇을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뭔가 혁신적인 바퀴를 개발했다고 함.

8. MEKA(2013년 인수)
– 인간과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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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 인수사를 찾다보니 신기하게도 로봇회사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도대체 구글은 뭐 하려고 하는거지?

이렇게 많은 로봇 회사들을 인수해서 뭐 하려는거지?

정말 단순하게 인수한 로봇회사들로 가능한 기능들을 종합해보면…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게 곧 현실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처럼 뛰어다니고 직접 운전하기도 하고 물건도 옮기고 앞에 장애물이 있는지 카메라로 확인하면서 피해 다니고 움직이면서 카메라로 촬영도 하는 로봇이구나. 아! 충전은 풍력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아지트가 있어 로봇이 방전되기 전에 스스로 가서 충전할 수도 있겠네.

구글이 작년 한 해 이렇게 많은 하드웨어 회사를 인수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일까?

구글도 사람사는 회사다 보니 누군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지 않으면 이렇게 한 방향으로 회사의 방향을 끌고 가기 어려울 것이다. (조직 생활을 해 본 사람들은 Bottom-Up으로 전략을 유지해 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알고 보니 네스트 인수를 제외하고 로봇 회사 인수를 이끄는 사람은 Andy Ru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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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안드로이드를 창시한 사람으로 알고 있는 그 사람이다. 얼마 전 안드로이드 사업 부문을 떠나 구글의 로봇 사업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구글에게 엄청난 파워를 가져다 준 안드로이드를 창시한 사람, 다시 말하면 구글 내에서 입김이 강한 사람이 로봇 사업을 이끌고 있다는 것은 구글의 최근 행보를 설명해준다.

그럼 앞으로 구글은 뭘 하려고 하는걸까?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것 같은 로봇을 수없이 만들어서 지구 정복이라도 하려는걸까?

내가 생각하는 구글의 사업 방향은 절대 그런 것이 아니다.

로봇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친근하게 바꾸는 것.

구글이 인수한 회사들을 보면 대부분 사람과 닮은 로봇인 휴머노이드과 관련이 깊다.

그리고 구글이 인수한 Bot&Dolly를 보면 굉장히 첨단 기술이지만, 실제 사용처는 그래비티와 같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화, 감각적인 아트 영상 제작 등과 같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에서 쓰인다. 로봇이라고 하면 괜히 멀게 느껴지곤 한다. 하지만 “영화 그래비티를 로봇으로 쩍었대” 하면 이러한 거리감이 금새 가까워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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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SCHAFT나 Boston Dynamics는 소위 말하는 3D 작업 현장에서 유용하게 쓰이며,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도 있다. Redwood는 사람들이 쉽게 로봇을 조종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기도 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보면, 구글의 최근 로봇 인수는 아직 산업에서만 쓰이고 있어 “낯선” 로봇들을 사람들이 친밀도하게 여기는 영역(영화 제작, 인터넷 쇼핑_물류, 3D 업종)에서 우선 활용함으로써 그 문턱을 낮추는 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로봇 연구를 하는 친구에 따르면 국내 로봇 산업은 거의 죽었다고 한다.

그나마 국내에서 로봇을 쓰는 곳은 병원과 군대. (아니면 로봇 청소기?)

그 이유는 뚜렷한 활용처를 찾지 못했기 때문.

수년전에만 해도 다양한 서비스 로봇이 나오면서 로봇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 활용 가치가 모호해지면서 산업 자체가 사그라든 것이다.

구글은 사람들이 친근하게 느끼는 로봇 중심으로 불씨를 되살리려 하는 것.

구글은 검색 엔진으로 세계를 정복했고, 안드로이드로 또 한 번 (거의) 세계를 정복했다.

이 외에도 수 많은 프로젝트들이 구글 안에서 돌아가고 있겠지만, 로봇이 그 중에서도 중요한 프로젝트 임에는 틀림이 없다. (2013년 21건의 M&A 중 8건이 로봇 관련 M&A)

과연 로봇으로 구글이 또 한 번 세계를 정복할 수 있을지…

Thanks to T-Robotics

합정동 가스트로펍 12345

 

크래프트웍스, 맥파이, 더부스.
맥주에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가봤을만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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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와 하이트에 길들여져있던 나에게 맥주의 새로운 맛을 보여준 곳이기도 하다.

이런 곳을 소위 게스트로펍, 간단히 수준 높은 맥주(주로 하우스 맥주)와 음식을 파는 곳이라고 한다.

처음 게스트로펍에 갔을 때는 인지도가 적어서인지 손님이 별로 없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손님들이 줄을 설 정도가 되었고 이제 위의 세 집은 여러 군데에 분점을 세울 정도로 그 규모가 커졌다.
(심지어 작년 9월에는 하우스 맥주의 인기에 하이트진로에서 퀸즈에일이라는 에일 맥주를 출시하기도 했다.)

합정동 근처에 갈 일이 있어 우연히 들른 게스트로펍, 12345는 이러한 게스트로펍 중에 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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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골목 안 쪽 반지하에 위치하고 있어, 유심히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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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종류는 총 4가지.
동해, 서해, 남해, 하프앤하프.
동해는 IPA이고, 서해는 다크에일, 남해는 필스너라고한다.
(크래프트웍스는 국내 산 이름으로 맥주 이름을 정했는데, 여긴 바다 이름. 다음은 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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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와 서해 맥주는 다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남해 맥주를 시켰다.

음.

크래프트웍스나 맥파이에서 먹었던 맛과 비슷하다.
다만, 사장님께서 맥주를 따를 때 신경을 써주셨는지 거품이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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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에 수제 맥주를 파는 게스트로펍이 많아져, 직접 만드시는 것인지 궁금했다.

“맥주는 직접 만드시는 건가요?”

“아니요. 청평에 있는 맥주 공장인 “카파 인터내셔널”에서 가져옵니다.”

맥파이, 크래프트웍스도 여기서 만든 맥주를 유통한다고…

다시 말하면 이태원 크래프트웍스 맥주나 합정동 12345나 다 같은 맥주인데, 이름만 다른 것.

맥주를 마시면서 천천히 실내를 둘러보니, 인테리어나 작은 소품 하나에도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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펍 이름이 12345로 특이해서, 이유를 물어보니

12345는 한국 사람 누구나 “일이삼사오”라고 읽는다고.. “맥주 앞에선 누구나 똑같다”라는 생각에 이름을 지으셨다고 하신다.
(뭔가 오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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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맥주 맛도 괜찮고 아직 사람들도 적어 붐비지 않는 분위기가 좋아 앞으로 종종 갈 듯 하다.

12345
마포구 합정동 388-21
http://me2.do/xKjewzzs

사랑받지 않지만 중요한. 구글의 네스트 인수에 대하여.

3조원. “0”이 얼마나 찍혀야 이 정도 금액이 될 수 있을지 감이 안 오는 금액.

얼마 전 3조원이라는 돈을 구글이 질렀다. 네스트라는 회사를 사기 위해서.

구글이야 돈 많기로 유명한 기업이니 그럴수도 있겠구나 싶지만, 구글 입장에서도 역대 2위급이라고 한다. (1위: 모토롤라, 14조원 / http://www.google.com/press/motorola/)

네스트는 미국에서 실내 자동 항온 장치(Nest Learning Thermostat)와 실내 유해물질 감지기(Nest Protect)를 만드는 회사이다.

네스트의 항온 장치(Nest Thermostat)는 (집에 있는 보일러 온도 장치 뜯어내고 달면..)

1. 스마트폰 App.으로 집 안 온도를 조절할 수도 있고

2. 실내에 움직임이 없으면 자동으로 온도를 낮추거나/높이고

3. 오래 쓰면 사용자들의 온도 설정 기록을 분석해 자동으로 온도를 조절해주기도 한다.

가격은 $249. (홍보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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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유해물질 감지기(Nest Protect)는

1. 연기나 CO가 기준치를 넘어가면 알려주고

2., 열을 감지해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알려준다. (Nest 말로는 베이컨 타는 열기와 실제 불이 난 열기를 구분해준다고 한다.)

3. 의도하지 않게 경고음이 훌리면 손을 저어서 이를 다시 “정상 모드”로 돌릴 수도있다.

가격은 $129. (홍보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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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우리나라의 경동 보일러 업체나 한경희 스팀 청소기 같은 느낌이 든다.

제품들이 화려하지 않지만 실생활과 굉장히 밀접하게 사용될 수 있어서 그런 듯 하다.

이처럼 네스트의 제품은 삼성의 UHD TV나 애플의 64비트 AP, LG의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처럼 화려한 것들이 아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최첨단 기술을 사용한 것도 아니다. (물론 실내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려면 과거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알고리듬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구글은 왜 네스트를 인수한 거지?

구글이 왜 네스트를 인수했는지에 대해서는 “구글의 네스트 인수 의미”라는 글에 잘 나와있다.

요약하자면

1. 구글이 이번 인수로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 영역의 최전방에 서게 되었다.

2. 네스트는 최첨단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오래된 기술들을 잘 조합했다. (네스트는 단순히 하드웨어(항온기와 유해물질 감지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잘 조합하는 데 성공)

3. 소프트 웨어 스타트업만 높은 가치를 인정 받고 인수될 수 있다는 통념이 깨졌다.

좀 벙벙한 얘기여서 자세히 알아보고자 했다. 이런 저런 글들을 읽다가 눈에 띈 것은 네스트 창업자(Tony Fadell)가 2013년 11월에 뉴욕 타임즈와 인터뷰한 기사.

인상적인 부분은 네스트가 요즘 화두가 되는 “스마트 홈(Smart Home)”과 같이 거창한 비젼을 가지고 이 제품을 생각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Tony Fadell이 Nest Thermostat을 고안하게 된 이유는 아래와 같다.

“People have been frustrated with these things for 40 years, but the things didn’t change much, because it was a price game. Now we have enough technology that we can optimize for really low cost points and bring a capability that has never been there before. The key technologies are communications, algorithms, sensors and user experience, running over a network to the cloud. We don’t just see a thermostat with a better user interface, we see a smartphone that has thermostat functions.

(사람들은 항온 장치에 대해서 40여년이나 불만족하면서 살아왔음에도 바뀐 것은 없었다. 왜냐하면 항온 장치는 가격 경쟁만 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낮은 가격으로 이전 보다 훨씬 훌륭한 성능을 가질 수 있는 기술력이 있다. 우린 단순히 항온 장치를 좀 더 개선하기 위해 고민한 것이 아니라, 항온 장치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을 고민했다.)

많은 IT 사업자들이 거창한 비젼을 가지고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는 경우가 많다. “플랫폼”이라는 단어를 곁들이기도 하고 “스마트”라는 단어를 인용하기도 한다. 와닿지는 않지만.

첨단 기술을 인용해서 뭔지는 모르겠지만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아 사람들을 유혹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는 네스트의 사례를 생각해 보았을 때 그릇된 접근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네스트의 Mission을 보자.

집에서 “사랑 받지 않지만 중요한” 기기를 다시 발명하자 (Reinvent unloved but important devices in the home). 

아. 그랬구나.

구글이 3조원이나 들여서 산 네스트의 제품은 이렇게 태어난 거였구나.

네스트가 왜 이토록 높은 가치를 인정 받았는지, 기술적/전략적 목적을 떠나 가슴에 와 닿는 Mission이었다.

Mission을 보고나니, 새로운 상품을 기획할 때 잡는 프레임(Frame)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된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을 탈탈 털어 이를 조합하면 무엇일 될 수 있을까라는 프레임부터 고객들을 관찰해보니 이러이러한 빈 공간이 있더라는 프레임. 앞으로는 어떠 상품이 뜰테니 미리 어떤 상품을 준비해야한다는 프레임 등등. 이렇게 해서 성공한 제품들도 많이 있겠지만, 네스트의 프레임 “사랑받지 않지만 중요한” 제품을 다시 돌아보는 프레임은 다시 한 번 각인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인터뷰 말미에서 Tony Fadell은 말했다.

“Right now I can tell you 10 things, minimally, that can get changed in the house. They are all great markets with large incumbents who haven’t innovated in years.”

(지금 당장 집에서 바꿀 수 있는 건 최소한 10가지라고 본다. 이것들은 모두 아직 아무도 개선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정말 필요한 제품들이다.)

 10가지가 무엇일까. 우리 집에 있는 10가지. 사랑받진 않지만 중요한 것들.

 많은 IT업계 종사자들이 구글의 네스트 인수 사건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사물 인터넷 시장에 대한 구글의 출사표”, “빅데이터를 위한 구글의 전략” 등의 결과를 내 놓고 있다.

다만,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고 싶다. 네스트는 매우 감성적이고 낮은 곳에서 제품을 만든 것이고 이는 사람들의 높은 사랑을 받왔고 그 가치를 높게 인정 받았다.

 사랑받지 못했던 제품을 사랑받게끔 바꾼 네스트의 힘.

구글이 평가한 3조원의 가치는 어쩌면 여기에 있지 않을까.

대기업에서 망가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기업은 어떻게 사람을 망가뜨리는가” 라는 글을 보게 되었다.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으로써 눈길이 가지 않을수 없는 글이었다. 많은 부분을 공감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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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국내 최고라는 대학교를 나와서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대기업을 다니고 있다. 복지도 훌륭하고, 급여 수준도 타기업 대비 많이 높은 편이다. 게다가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나이스한 편이어서 인간 관계로 그다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이 뿐만이 아니다. Work & Life 균형도 훌륭해서 퇴근 후에 어느 정도 개인적인 일도 할 수 있다. 가령, 운동이나 친목 모임 같은 것들.

그런데 난 왜 “망가지고 있다”고 느끼는 것일까.

“망가지고 있다”라고 느끼지 않으려면 “성장하고 있다”라고 느껴야 한다. 성장하지 않고 정체되어 있기만해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뒤쳐지기 때문이다.

즉, 스스로 망가지고 있다고 느끼지 않으려면 적어도 주변 사람들의 평균 성장 속도보다는 높은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야 한다.

대기업 성장

내가 주변 사람들보다 높은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라는 것을 사람들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인가. 그들과 지식이나 역량으로 자웅을 겨루긴 어려우니 아래의 판단 기준 정도가 아닐까 싶다.

1. 인사 고과가 남들보다 좋다.

2. 이로 인해 남들보다 높은 연봉과 혜택(교육, 승진 등)을 받는다.

3. 회사 밖에서 종종 스카웃 제의가 오거나 회사 밖에서의 활동이 활발하다.

그런데 1번 같은 경우는 내가 아무리 업무 성과가 뛰어나도 조직의 생리나 사내 정치로 객관적인 판단의 기준이 되기 어렵다.(물론 이런 생각을 하려면 정신적으로 단단히 무장을 해야하지만…) 그러므로 2번도 마찬가지.

다만, 3번의 경우는 스스로가 부지런해서 퇴근 후에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양한 모임에 참여하거나 여러 활동들을 하면 그만큼 돌아오는 경우가 많으니 어느 정도 객관적인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망가진다는 것은 다시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회복이 안 된다는 것은 대기업을 떠나는 순간 생존력이나 내가 가진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대기업을 떠나는 순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게 되고 내가 살아왔던 삶과 연속성이 떨어지는 삶을 살게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기업에 다니던 사람들이 중간에 나와서 “어쩔 수 없이” 프랜차이즈를 여는 것은 삶의 연속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하고 싶어서 하는 경우는 예외)

즉, 대기업에서 망가지지 않기 위해서는 내 삶의 연속성을 살리고 내가 가진 가치를 대기업을 벗어나도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방법은 내가 가진 지식과 기술로 대기업을 벗어나는 순간 경제적으로 궁핍하지 않게 살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아니면 대기업에 다니는 기간 동안 대기업을 벗어나서도 경제적으로 궁핍하지 않을 정도로 자산을 모아야 한다. (이것의 전제는 경제적 궁핍은 정신의 궁핍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결국 내가 망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가진 지식과 기술이 대기업 밖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 이로 인해 자의와는 상관없이 삶의 연속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
그리고 지금 다니는 대기업을 떠나 경제적으로 자유로울만큼 충분한 자산이 없다
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따듯한 온실 같은 대기업에서 스스로 냄비 속 개구리가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기는 쉽지 않다. 만약 자각했다고 해도 밖이 추운 걸 아는 이상 나가기도 쉽지 않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스스로 대기업에서 망가지고 있다는 느낌에 대한 원인을 삶의 단절을 야기하는 역량 부족과 경제적 자유를 꿈꿀 수 없는 자산의 부족으로 돌린다면.

대기업에서 망가지지 않기 위해선 이 둘을 해결하는 길 외에는 없다.
어떻게해서든 대기업을 다니는 동안 밖에서도 먹고 살 수 있는 역량을 키우든가. 아니면 대기업을 다니는 동안 충분한 자산을 모으든가.

같은 냄비 속 개구리로써 고민이 많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