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보관물: 대기업 직원

대기업에서 망가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기업은 어떻게 사람을 망가뜨리는가” 라는 글을 보게 되었다.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으로써 눈길이 가지 않을수 없는 글이었다. 많은 부분을 공감했기 때문에.

Image

나는 국내 최고라는 대학교를 나와서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대기업을 다니고 있다. 복지도 훌륭하고, 급여 수준도 타기업 대비 많이 높은 편이다. 게다가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나이스한 편이어서 인간 관계로 그다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이 뿐만이 아니다. Work & Life 균형도 훌륭해서 퇴근 후에 어느 정도 개인적인 일도 할 수 있다. 가령, 운동이나 친목 모임 같은 것들.

그런데 난 왜 “망가지고 있다”고 느끼는 것일까.

“망가지고 있다”라고 느끼지 않으려면 “성장하고 있다”라고 느껴야 한다. 성장하지 않고 정체되어 있기만해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뒤쳐지기 때문이다.

즉, 스스로 망가지고 있다고 느끼지 않으려면 적어도 주변 사람들의 평균 성장 속도보다는 높은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야 한다.

대기업 성장

내가 주변 사람들보다 높은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라는 것을 사람들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인가. 그들과 지식이나 역량으로 자웅을 겨루긴 어려우니 아래의 판단 기준 정도가 아닐까 싶다.

1. 인사 고과가 남들보다 좋다.

2. 이로 인해 남들보다 높은 연봉과 혜택(교육, 승진 등)을 받는다.

3. 회사 밖에서 종종 스카웃 제의가 오거나 회사 밖에서의 활동이 활발하다.

그런데 1번 같은 경우는 내가 아무리 업무 성과가 뛰어나도 조직의 생리나 사내 정치로 객관적인 판단의 기준이 되기 어렵다.(물론 이런 생각을 하려면 정신적으로 단단히 무장을 해야하지만…) 그러므로 2번도 마찬가지.

다만, 3번의 경우는 스스로가 부지런해서 퇴근 후에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양한 모임에 참여하거나 여러 활동들을 하면 그만큼 돌아오는 경우가 많으니 어느 정도 객관적인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망가진다는 것은 다시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회복이 안 된다는 것은 대기업을 떠나는 순간 생존력이나 내가 가진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대기업을 떠나는 순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게 되고 내가 살아왔던 삶과 연속성이 떨어지는 삶을 살게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기업에 다니던 사람들이 중간에 나와서 “어쩔 수 없이” 프랜차이즈를 여는 것은 삶의 연속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하고 싶어서 하는 경우는 예외)

즉, 대기업에서 망가지지 않기 위해서는 내 삶의 연속성을 살리고 내가 가진 가치를 대기업을 벗어나도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방법은 내가 가진 지식과 기술로 대기업을 벗어나는 순간 경제적으로 궁핍하지 않게 살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아니면 대기업에 다니는 기간 동안 대기업을 벗어나서도 경제적으로 궁핍하지 않을 정도로 자산을 모아야 한다. (이것의 전제는 경제적 궁핍은 정신의 궁핍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결국 내가 망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가진 지식과 기술이 대기업 밖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 이로 인해 자의와는 상관없이 삶의 연속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
그리고 지금 다니는 대기업을 떠나 경제적으로 자유로울만큼 충분한 자산이 없다
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따듯한 온실 같은 대기업에서 스스로 냄비 속 개구리가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기는 쉽지 않다. 만약 자각했다고 해도 밖이 추운 걸 아는 이상 나가기도 쉽지 않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스스로 대기업에서 망가지고 있다는 느낌에 대한 원인을 삶의 단절을 야기하는 역량 부족과 경제적 자유를 꿈꿀 수 없는 자산의 부족으로 돌린다면.

대기업에서 망가지지 않기 위해선 이 둘을 해결하는 길 외에는 없다.
어떻게해서든 대기업을 다니는 동안 밖에서도 먹고 살 수 있는 역량을 키우든가. 아니면 대기업을 다니는 동안 충분한 자산을 모으든가.

같은 냄비 속 개구리로써 고민이 많은 날이다.